문화유산기술연구소 김지교 대표
獨궁전 도자기방 3D체험관 반응 좋아
석굴암 VR 프로젝트엔 스님들도 감탄
“다음은 대한제국공사관… 기대하세요”
93.28m²(약 28평) 크기의 어두운 방 좌우와 정면 세 벽이 금빛 진열장과 그 위에 놓인 명나라 도자기들로 가득 채워진다. 입체적인 영상은 마치 현장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독일 베를린 샤를로텐부르크 궁전의 도자기 방을 디지털로 구현한 것. 이 방은 프로이센 국왕 프리드리히 1세(1657∼1713)의 왕비 소피 샤를로테(1668∼1705)가 명나라 도자기를 수집해 놓은 곳이다.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세계도자실에 있는 이곳은 17, 18세기 유럽에서 유행했던 중국풍 디자인을 의미하는 ‘시누아즈리(Chinoiserie)’ 양식을 관람객이 실감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든 영상관이다. 영상관을 제작한 기업인 문화유산기술연구소의 김지교 대표(39)는 3일 화상인터뷰에서 “팬데믹으로 독일에 갈 수 없어 궁전에 협조를 구해 원격으로 도자기 방 사진 1만 장가량을 찍고 그걸 한데 모아 3D로 엮었다”고 전했다.
연구소는 2009년부터 3D 스캔,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기술을 이용해 문화유산을 디지털로 보존·복원·복제하고 콘텐츠 개발과 전시를 해왔다. 국립경주박물관에도 성덕대왕 신종의 타종 소리를 실감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었다.
이 회사 직원의 평균 연령은 37세. 김 대표는 직원들이 젊어서 유연하게 생각하고 결정할 수 있다고 했다. 가령 터만 남아 있는 조선시대 이전의 건물을 복원하려면 당대 교류했던 일본 건물을 참고할 수밖에 없지만, 다른 기업들은 왜색 논란을 우려해 지붕의 단청이나 곡선을 현재 익숙하고 한국적이라 여겨지는 조선 양식으로 복원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반면 이 회사 직원들은 왜색 논란에 관계없이 복원한다. 김 대표는 “건물을 원래 모습과 최대한 가까이 복원하는 게 목표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문화유산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데 극사실적인 표현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연구소는 2018년 문화재청 사업으로 석굴암 VR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유리벽 밖에서만 볼 수 있는 석굴암을 돌의 차가운 질감부터 어두운 조명까지 사실적으로 묘사해 그대로 재현하고자 했다. 그는 “불국사 스님들도 감탄했고 VR 기기를 벗기 싫어하신 관람객도 있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곧 미국으로 출국한다. 1910년 일제에 의해 팔렸다가 2012년 문화재청이 사들인 주미 대한제국공사관을 국내에 실감 체험관으로 구현하기 위해 현장을 둘러보러 가는 것이다.
김 대표는 개별 문화유산의 복원을 넘어 공간 자체를 되살리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는 “선조들이 살았던 과거의 공간을 디지털로 구현해 마치 옛날로 돌아간 것처럼 느낄 수 있는 전시를 준비하려 한다”며 “모든 세대가 쉽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