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그래픽 성능의 급속한 발전과 다양한 장비의 발전은 이제 문화재 복원에도 적용되고 있다. 우리의 상상 속에만 존재하던 문화재의 모습들이 컴퓨터 그래픽을 만나 실제의 이미지처럼 구현되기도 하고, 지금 문화재의 모습을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 가상의 이미지로 변환되어,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할 수 있는 디지털 자산으로 바뀌기도 한다. 문화유산과 컴퓨터 기술이 만나 역사적 전통을 지키는 것은 물론,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가치까지 창출해 내는 단계로 접어든 것이다.
오늘 소개할 대상은 바로 이러한 기술을 연구하는 ‘(주)문화유산연구소 지교(이하 지교)’라는 회사다. 문화재를 디지털로 복원하는 기술을 보유한 지교는 그 기술력을 인정받아 국내는 물론, 우즈베키스탄, 인도네시아 등 유네스코가 지정한 해외 각국의 문화유산 복원 사업에 참여해 커다란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또한 이렇게 복원한 문화유산을 디지털 콘텐츠로 변환하여 세계 유수의 박물관에 전시해 해외 주요 언론사의 극찬을 받은 것은 물론, UN 사무총장의 방문까지 이끌어내는 등 다양한 주목을 받았다. 문화기술 분야의 선두주자로 손꼽히는 지교라는 곳은 과연 어떤 곳일까?
[(좌)아프로시압의 실제 공간, (우)디지털 복원 기술을 적용한 사진 / 이하 지교 제공]
‘세계 정상급의 디지털 복원기술은 단순히 하루아침에 개발된 것이 아니라,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다양한 사람들이 만든 콘텐츠가 누적되어 이루어진 것.’
“지교는 2004년 창작자들과 연구자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들었던 문화원형 데이터베이스 해나라넷에서 출발한 회사입니다. 해나라넷은 우리 전통문화와 역사 속에서 양질의 스토리텔링이 가능한 소재들을 발굴하고, 그것들을 고증자료와 함께 디지털 형태로 시각화하여 공유하는 사이트였는데, 이 분야의 연구자들이 직접 주도를 해 홈페이지를 운영했고, 수집한 자료들을 직접 영상, 게임, 소설, 만화 등 여러 가지 콘텐츠 형태로 만들어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당시 해나라넷을 구성했던 여러 창작자들은 현재 여러 콘텐츠 분야에서 스타작가가 되었고, 연구자들은 디지털 복원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해나라넷을 문화유산 디지털 복원 전문기관으로 바꾸어 지금의 지교를 설립한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출발점 때문에 항상 디지털 복원과 더불어, 그것들을 콘텐츠 형태로 가공하여 박물관 같은 곳에서 전시나 상영을 함께 진행하고 있는데, 이러한 역사와 과정 덕분에 지금까지 국내 디지털 복원 분야에서 쌓은 지교의 성과는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날 인터뷰를 담당한 김지교 대표이사(이하 대표님)님의 말씀이다. 세계 정상급의 디지털 복원기술은 단순히 하루아침에 개발된 것이 아니라,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다양한 사람을 통해 만들어진 콘텐츠가 누적되어 이루어진 것, 지교라는 회사에 대해 알기 전에 반드시 주의해서 봐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지교는 다양한 복원 방식 중에서도 왜 디지털 복원을 채택한 것일까?
[인터뷰를 담당한 지교의 김지교 대표 이사님]
“디지털 시대,문화유산 복원 분야에서 새로운 대안”
“기존에 늘 해왔던 실물 복원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한번 완성되면 새로운 연구결과를 반영할 수 없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디지털 복원은 실물 복원과 달리 비용문제에서 보다 자유롭고, 언제든지 새로운 연구결과를 반영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결과물이 디지털 데이터의 형태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여러 가지 형태의 콘텐츠로 손쉽게 가공할 수 있고요. 특히 요즘 주목받고 있는 3D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실물 제작도 할 수 있는 등 2차 활용 가능성도 무궁무진하죠. 이러한 장점들을 고려한다면 디지털 시대, 문화유산 복원 분야에서 새로운 대안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바로 지교가 디지털 복원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다. 실제로 문화유산은 새로운 기록의 발견 등으로 인해, 복원의 방향이 경우가 바뀌는 경우가 종종 있다. 또한 수많은 문화재 복원 대한 연구가 진행되는 지금, 문화재 복원순위의 순서는 그 당시 사회적 위상에 비례하는데, 규모나 화려함이 사회적 위치를 대변하던 그 시절의 특성을 생각해본다면 실물 복원 작업이 왜 쉽지 않은 것인지 이해할 수 있다. 문화재 실물 복원이 이러한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지교가 작업해온 디지털 문화유산 기술은 어디서 어떻게 사용되고 있고, 어떠한 평가를 받고 있는지 대표님의 말씀을 들어보자.
“백제 불교문화의 정수인 정림사지나 능산리사지, 고구려 불탑의 전형을 보여주는 평양 청암리사지, 신라 황룡사지, 석굴암 등 건축 문화재들부터 고려청자나 백제금동대향로, 조선 태조 이성계의 태항아리 등 정교한 예술품들까지 다양합니다.
이렇게 복원된 작품 중 특히 석굴암이나 태항아리 같은 작품은 세계 4대 박물관 중 하나인 뉴욕 메트로폴리탄 뮤지엄과, 샌프란시스코의 아시안아트뮤지엄에 전시되어 우리나라 문화유산의 아름다움을 알리기도 했습니다.
특히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에 전시된 석굴암 복원 콘텐츠의 경우 반기문 UN사무총장 내외분이 방문하여 관람한 것은 물론, 뉴욕타임즈로부터 ‘당장 경주에 가고 싶은, 억제할 수 없는 충동을 일으키는 영상’이라는 호평까지 받았습니다. 국내 문화유산의 디지털 복원 작업을 통해 문화재의 연구는 물론 해외 어디서든 우리의 작품을 볼 수 있고 인정까지 받은 것입니다.“
[아프로시압 내부의 모습. 이 공간에서 고구려 사신으로 추정되는 인물의 그림을 발견했다]
“해외의 세계문화유산을 복원하며,
우리 조상의 흔적까지 함께 복원할 수 있었던 점은 아주 색다른 경험.“
지교는 이러한 기술력을 인정받아 국내는 물론 유네스코가 지정한 해외 유명 문화유산 복원사업에도 함께 참여하고 있다. 이러한 복원 작업을 통해 국내 역사와 유라시아와의 역사적 연관성까지 발견해내는 등 역사학적으로 주목할 만한 성과까지 함께 올리고 있다.
“주요 작업들을 꼽자면 우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자 세계 최대의 불교유적인 보로부두르를 들 수 있습니다. 그 거대한 규모도 규모지만 1천4백여장의 숨 막히게 아름다운 부조들이 벽면을 가득 장식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입을 다물 수 없게 됩니다. 지교에서는 이 유적의 건축 당시의 화려하고 생생한 모습을 복원하고, 이를 프로덕션과 함께 3D 입체 다큐멘터리로 제작하여 EBS에서 방영한 바 있습니다.
카자흐스탄 이식지역에서 출토된 스키타이 황금인간의 복원 작업도 기억에 남습니다. 전신이 정교하게 세공된 수천 개의 황금장식으로 꾸며진 그 모습 때문에 세계적으로 유명하기도 하지만, 국내외 학계에서 신라 초기 황금문화와의 친연성이 언급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 학계에도 그 의미가 깊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우리는 그 당시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얼굴의 모양을 예측하여 황금인간의 얼굴까지 복원했습니다. 이것을 안경 없이 관람이 가능한 입체패널용 디지털 전시콘텐츠로 제작해 카자흐스탄의 국립황금박물관에서 선보인 바 있습니다.
다음으로 이제 막 완료한 우즈베키스탄의 아프로시압 궁전과 벽화의 3D 복원작업이 있습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사마르칸드의 아프로시압 궁전터에서 발견된 7세기 벽화에는 고구려 사신으로 추정되는 인물 2명이 그려져 있습니다. 지교에서는 7세기 당시 무너지기 전의 아프로시압 궁전의 웅장한 모습과, 벽화가 있던 접견실을 우즈벡, 프랑스, 러시아의 전문가들과 함께 디지털로 복원했습니다. 해외의 세계문화유산을 복원하며 우리 조상의 흔적까지 함께 복원할 수 있었던 점은 아주 색다른 경험이라 생각합니다.“
[보로부두루 현장에서 작업을 진행하는 모습]
“정밀 3D스캔을 통해 취득한 석굴암 표면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제 모습과 정확히 일치하는 디지털 석굴암을 제작 중에 있습니다”
이러한 대규모 건축물의 디지털 복원 작업에는 3D 스캔 기술이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가상현실, 증강현실 기술의 발전 덕분에 3D 스캔 기술도 함께 주목받고 있는데 지교는 이러한 기술은 어떤 방식으로 사용하고 있을까?
“3D 스캔 기술의 경우 사실 기록보존 분야에서 주로 활용하고 있는 기술이지만 복원 분야에서도 요긴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그 예로 우즈베키스탄 아프로시압 궁전 복원 작업을 할 때에 궁전 터의 광대역 3D 스캔을 실시하여 1960년대에 작성된 발굴도면과 정밀한 비교 대조 작업을 진행한 것을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궁전 내에 존재했던 30여 개의 방을 식별해낼 수 있었고, 궁전 벽화가 위치했던 접견실의 위치를 정확히 찾아내 올바른 위치에 복원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지교는 HMD(Head-up mount Display)를 통해 볼 수 있는 가상현실 석굴암 제작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데, 정밀 3D 스캔을 통해 취득한 석굴암 표면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제 모습과 정확히 일치하는 디지털 석굴암을 제작 중에 있습니다. 3D 스캔 기술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죠.”
3D 스캔 기술은 앞서 설명한 것과 같이 그 정보가 디지털로 저장되기 때문에 다양한 콘텐츠로 쉽게 변형이 가능하다. 이러한 장점 덕분에 지교가 작업한 다양한 문화유산 콘텐츠는 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한 국내 여러 군소 박물관들, 또는 다큐멘터리 방송 등을 통해 접할 수 있다고 한다. 특히 지교는 지난 11월 국립부여박물관에서 <삼국문화교류전>라는 주제의 특별 전시회에서 백제, 신라, 고구려 3국의 사찰을 비교하는 3분가량의 디지털 복원 콘텐츠를 상영했는데, 이는 곧 상설 전시로 전환되어 누구나 감상할 수 있게 될 예정이라고 한다.
또한 얼마 전 작업이 끝난 아프로시압 궁전 작업의 경우 아프로시압 유적 현지에 있는 아프로시압 박물관에서 별도의 상영실이 마련되어 상설 전시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하며, 이러한 작업들은 지교 사이트를 통해서도 짧게나마 감상할 수 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에 전시된 지교의 콘텐츠를 보는 관람객의 모습]
“문화기술이란 문화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기존의 기술을 응용하거나 활용하는 분야기 때문에,
다른 분야와는 달리 기술 자체의 첨단성이나 희소성은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지교는 국내외 다양한 문화유적을 디지털로 변환하는데 독자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는 만큼 이러한 기술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문화적 가치는 무엇인지, 대표님의 의견을 들어보았다.
“최근 국내에서 진행되는 여러 프로젝트들을 보면, 문화기술이라는 말에 도취되어 기술적인 부분에만 너무 치중한 나머지 정작 중요한 문화유산은 기술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문화기술이란 문화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기존의 기술을 응용하거나 활용하는 분야기 때문에, 다른 기술 분야와는 달리 기술 자체의 첨단성이나 희소성은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수많은 첨단 기술 중에서도 어떠한 기술을 사용했을 때, 구현 대상이 되는 문화유산을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지, 또 그 기술을 문화유산 속에 잘 녹아들게 할 수 있는지를 아는 충분한 이해와 노하우입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문화유산보다 기술이 돋보여서는 안 됩니다. 기술은 수단일 뿐이지 목적이 아니거든요. 이러한 면에서 연구자들과 창작자들이 함께 모인 지교는 문화와 기술의 융합에 대한 이해가 깊을 수밖에 없고 실제로도 그 결과물들이 가장 중심을 잘 잡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저희가 디지털 복원작업을 수행하면서 축적한 디지털 데이터들은 앞선 질문에 말씀드렸듯, 무궁무진한 형태의 콘텐츠로 재생산이 될 수 있는 무한한 가치를 지닌 원석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복원 데이터의 디지털 콘텐츠화를 통해 우리는 박물관과 유적뿐만 아니라 TV, 영화관, 게임 속에서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실감 나게 문화유산을 체험할 수 있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가 외국에 가지 않고도, 세계문화유산을 접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반대로 외국에서 오지 않더라도 전 세계 어디에서도 우리의 문화유산을 접할 수 있게 될 것이고요. 문화유산의 디지털 콘텐츠화를 통해 그 유산이 가지고 있는 문화적 가치를 넘어 이제는 경제적 가치까지 새롭게 창출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림사지오층석탑의 모습. 실제 사진 같지만 정교한 그래픽 처리를 통한 가상의 이미지이다]
“그 당시의 사람도 함께 살려내어야만 문화유산에 비로소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고,
우리가 주목할 만한 역사적 이야기가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지교의 다양한 작업 덕분에 세계 각국의 문화유산의 가치를 보존함과 동시에 이를 통해 다양한 가능성까지 발견하게 되었다. 또한 이러한 과정 속에서 우리가 미처 알지 못 했던 각 문화유산의 연관성까지 찾아내는 등, 역사학 분야에서도 의미 깊은 성과를 올리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성과를 올린 지교는 앞으로 어떤 계획을 꿈꾸고 있을까?
“지금까지는 예산과 시간적 한계 때문에 문화유산 그 자체만을 복원할 수밖에 없었지만, 앞으로는 사람도 함께 살려내고 싶습니다. 그 어떤 문화유산이든 만들어졌을 당시에는 분명한 용도와 목적이 부여되어 있었고, 그것을 목적에 맞게 사용하고 향유했던 당대 사람들이 있었기에 비로소 문화유산일 수 있었던 것이죠. 그 당시의 사람을 함께 살려내어야만 문화유산에 비로소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고, 우리가 주목 할만한 역사적 이야기가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결과물을 통해 진정한 의미를 가진 콘텐츠가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만들어진 결과물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다큐멘터리, 출판물, 전시 등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로 제작하는 콘텐츠화 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입니다.”
컴퓨터 그래픽의 발전과 3D 스캔 기술의 등장, 그리고 증강현실과 가상현실 기술의 발전 덕분에 세계 각국의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콘텐츠 품질도 함께 올라가고 있다. 특히 이러한 기술은 자국의 전통 문화재를 홍보하는데 초점을 맞추어, 국가급 박물관에서는 지방의 진귀한 문화재를 컴퓨터 그래픽과 가상현실로 구현할 뿐만 아니라, 역사 연구 자료로도 활용하는 등 그 범위를 점차 넓히고 있다.
컴퓨터 그래픽 기술과 전통 문화재의 만남은 문화기술 분야에서도 가장 이상적인 분야로 손꼽히고 있고, 다양한 활용이 가능한 만큼, 관련분야의 기술개발 경쟁이 앞으로도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에게는 바로 이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지교가 있다.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우리의 기술로 구현해 세계에 알리는 것을 넘어, 세계의 문화재를 우리의 기술로 구현한다는 것, 세계 각국의 문화유산을 우리가 설계한 디지털 세상 속에 보관한다는 것은 분명 의미깊은 일이다. 우리가 늘 역사에서 배워왔던 한반도의 찬란한 역사를 디지털 세상에서 또 다시 만나볼 수 있기를 기원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
◎ CT리포터 박동근
◎ 문화유산의 새로운 보금자리, 디지털 세상의 설계자. 지교를 만나다.
◎ (주)문화유산연구소 지교